‘비석’하면 우리는 만주벌판에 서있는 ‘광개토대왕비’를 떠 올리지만,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석이 서울 한복판 국립고궁박물관 과학실에도 우뚝 서 있다. 조선조 태조 4년(1395)에 고구려 시대 평양에서 각석한 천문도(‘평양 성도(星圖)’) 비석의 탁본을 바탕으로 돌에 새긴 천문도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 (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가 바로 그것이다(태조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천(全天) 천문도 가운데 하나로써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유산이며, 세계적인 보물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습 ‘천상’을 ‘차’와 ‘분야’에 따라 벌려놓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란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말하고, ‘분야’란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눠 지상의 해당지역과 대응 시킨 것을 뜻한다. 이 비석의 뒷면에도 전면과 똑같은 내용이 새겨져 있지만 일부 내용의 배치가 바뀌고 세련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세종 15년에 복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세종본). 이 비석이 마모되자 숙종 13년(1687)에 원형보존을 위해 상태가 좋은 탁본을 바탕으로 이민철(李敏哲, 1669년 현종 10년에 수력식 혼천의 제작)이 새로 복각하였다(숙종본). 영조 46년(1770)에는 관상감 안에 흠경각을 지어 이 두 개의 비석을 함께 보존하여 왔다. 1908년에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으로 옮겨져 창경궁 명정전에 70년대 초까지 보관되어 왔다. 지금은 두 개의 비석을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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