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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

민들레 홀씨

by KimPaulus 2014. 5. 8.

만연한 봄. 길가 어디서든 흔하게 눈에 띄는 민들레꽃. 옹기종기 산발적으로 꽃봉오리를 피우고, 겸손한 듯 낮은 키의 진노란 꽃을 피우는 민들레꽃. 소박하고 귀엽고 앙증맞은 자태를 뽐낸다. 종종 조심스럽지 못한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도 하고, 잡초로 취급돼 뽑히기도 하는 푸한 대접을 받기도한다.`민초'라 불리어 수백 년 동안 밟히고 뽑혀왔지만, 또 봄이 오면 산들의 볕이 잘 드는 곳에선 여지없이 피고 또 핀다.

 

그렇게 꿋꿋이 최고 절정의 꽃을 피운 후, 솜털 같은 민들레 홀씨들을 다음으로 등장시킨다. 마치 샹들리에 같은 동그란 원형 안의 홀씨들은 서로 짧은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그야말로 아이들과 어른들의 눈에도, 한번 만져보고 후~하고 입으로 바람 불어 훼방 놓고 싶은 모양새로 말이다.

 

그렇게 며칠을 함께한 홀씨들은 하나둘 비상을 준비한다. 드디어 가장 가벼운 홀씨 한 올이 공중에 올라탄다. 운이 좋으면 맑은 날 산들바람을 만나는 행운을 얻어 바람결에 올라타는 무임승풍을 시작한다. 행선지도 없는 그저 바람이 내키는 대로 홀씨는 온전히 몸을 맡긴다. 그나저나 이날을 위해 얼마나 봄을 기다렸는가. 첫 홀씨의 비상 후 줄지어 날아오른다. 모두들 자신이 어디로 향할지, 어디로 내려 땅에 닿을지 모르는 상태로 온 천하에 퍼져 착륙을 기다린다. 물론 바람이 사뿐히 내려 놓아주는 곳도 있을 것이다.

 

모든 홀씨들이 갓털의 날갯짓으로 춤을 추듯 비상하고 있는 모습은, 한편의 춤사위를 뽐내는 춤의 향연처럼 보인다. 혹자는 봄날 속눈이 내리는 장관으로 느낄 수 있을 테고, 누군가에겐 성가시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봄철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몇 개의 홀씨들만이 내년에도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경쟁 없는 홀씨들의 향연, 이 순간 바람에 몸을 띄운 채 자유롭게 부양하는 기대에 찬 홀씨들만의 비상하는 시즌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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