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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계단

by KimPaulus 2019. 6. 6.

 

 

 

로마의 피아차 디 스파냐(스페인 광장)에는 스칼리나타 디 트리니타 데이 몬티(스페인 계단)가 있다. 이 계단은 한 프랑스 외교관이 남긴 유산으로 지어졌으나, 교황청의 부르봉 스페인 대사관을 따서 스페인 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페인 계단은 가파른 언덕 위에 어떻게 건축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간 후에 프란체스코 데 상티스와 알레산드로 스페키에 의해 지어졌다.

 

광장에서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세운다는 아이디어는 17세기에 처음 떠올린 것이다. 원래 프랑스인들은 계단 꼭대기에 루이 14세가 말을 탄 조각상이 서기를 원했다. 교황은 이에 반대하여 작업을 잠시 중단시켰다가, 타협안을 정한 후 작업을 재개시켰다. 바둑판무늬의 독수리가 있는 교황 인노첸티오 13세의 문장과 더불어 부르봉 왕가의 상징인 붓꽃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교황권과 프랑스 측 사이의 절충안이 명백히 드러난다.

 

스페인 계단은 오랫동안 부유한 이들, 미인들, 보헤미안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18세기와 19세기에 이들은 화가의 모델로 선정되기를 바라며 계단에 이끌려 왔던 것이다. 계단 맞은편에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가 폐결핵과 싸우며 인생의 마지막 몇 달을 보냈던 집이 있다.

 

계단 바닥에는 보트 모양의 '폰타나 델라 바르카치아'(오래된 보트의 분수)가 있는데, 이는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잔로렌초 베르니니의 아버지인 피에트로 베르니니가 디자인한 작품이라 믿어진다. 이 분수는 1588년 테베레 강에 홍수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 나르는 데에 사용되던 작고 바닥이 평평한 보트가 물이 빠진 뒤 그 자리에서 발견되었던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페인 계단과 광장 주변에는 카페와 꽃 파는 상인들이 가득하며, 특히 5월이 되어 계단이 분홍색 진달래 화분으로 장식되면 여유롭고 화사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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