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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화(자금성)

by KimPaulus 2015. 9. 1.

 

 

오후 세 시 무렵 피어나니 세시 꽃이다. 다닥다닥 붙은 꽃송이와 씨앗들이 참 귀엽다. 누가 바라보지 않아도 세시가 되면 다섯 장의 꽃잎을 열었다가 저녁이 되면 오므린다. 꽃이 지는 것이 섧을 새도 없이 봉오리도 많고 달린 씨방도 많다.

작은 진분홍빛 꽃은 금방 나의 마음을 끌었다. 한 줄기 얻어다 심었는데 그 후로 피고 진단다. 나는 왜 이제야 보았을까. 여러 송이가 피어 눈길을 사로잡는 봉숭아, 백일홍 같은 꽃만 눈에 든 것이다.

세시에 핀다고 세시화, 자금성꽃, 목안개꽃으로 불린다. 곁가지 사이사이에서 계속 꽃을 피운다. 주고 또 주는 친구처럼 화수분이다. 씨앗도 계속 따기가 무섭게 여문다. 동글동글 씨도 익으면 하얗게 변한다. 그걸 똑 따면 까만 씨들이 들어있다. 건드릴 때마다 씨앗이 여기저기 막 튄다.

4월부터 11월까지 꽃이 피고 진단다. 꽃봉오리는 왜 하필 오후 세시 경에 열까. 사람의 인생으로 치면 오후 3시는 딱 내 나이일까.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은 시간, 강렬하게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도 좋지만 한 꺼풀 힘이 사그라진 세시의 빛이 좋아질 나이다. 한창 열정적인 시간은 가고 이제 느긋하게 노을을 보며 차 한 잔 여유 부릴 나이로 가는 시간이다. 청춘을 지나 노년으로 접어드는 시간에 꽃이 피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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