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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

솟대

by KimPaulus 2015. 7. 7.

 

솟대를 마을 수호신으로 여겨 마을 주민들이 지내는 공동제의. 솟대는 한국인이 민속신앙의 대상으로 세운 긴 장대[長竿]을 말한다. 솟대는 솔대, 홋대, 소줏대, 표줏대, 수살대, 수구막잇대, 거릿대, 서낭대, 별신대, 짐대, 짐대백이 등으로도 불린다.

 

원래 삼한(三韓)시대 때부터 솟대를 세웠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이는 삼국지(三國志)』 「마한전(馬韓傳)에 나타난다. “무릇 50여 나라가 각기 소도(蘇塗)’라고 부르는 별읍(別邑)을 두고 있다. 또 나무를 세워 거기에 방울과 북을 매달고 귀신을 섬겼다. 도망 온 자가 그곳에 오게 되면 잡아가지 못했다. 소도는 절에 세워 놓은 부도(浮屠), 곧 찰주(刹柱, 사찰에 세운 기둥)와 흡사하다고 하였다. 또 이보다 100여 년 뒤에 편찬된 후한서(後漢書)』 「마한전에는 간략하게 소도를 세웠는데 나무로 만들었으며, 방울과 북을 매달았고, 그곳에서 귀신을 섬겼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두 기록을 통하여 소도는 장간(長竿)’의 뜻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을[別邑]’의 개념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민속학자 손진태(孫晉泰)는 마한의 별읍 소도가 고대 그리스 사회의 아실럼(asylum)’과 같은 성질의 성역(聖域)이었다고 보고, 이러한 사례는 고대 중세를 통하여 여러 민족에서 누누이 발견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삼국지의 기사를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대목(大木)을 세우고 원시 읍락(邑落)을 이루어 거주하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맹자(孟子)사기(史記)1 오제본기조(五帝本紀條)의 기록에 어느 것이나 상당히 사람이 모인 곳을 읍이라고 하였고, 논어(論語)공야장(公冶長)에서도 소부락(小部落)이라 하더라도 읍이라 하였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삼국지의 견해가 오히려 옳다. 특히 주목할 문헌은 진서(晉書)이다. 이 책 마한전우치별읍(又置別邑) 명왈소도(名曰蘇塗) 입목간(立木竿)”이란 말이 나온다.

 

이 부분은 삼국지의 문장을 고친 것으로, 소도를 별읍(別邑)’의 이름으로 보고 이것을 대목(大木)과 명백히 구별하여 말하고 있다. 진서의 내용을 간추리면 소도라는 특별한 신이 계신 읍락(邑落)에 신목(神樹)을 모셔 놓고 제사를 지냈다는 뜻이 된다. 최남선 역시 고산(高山) 결정(潔淨)의 지()에 신읍(神邑)을 두고, 그 안에 신단(神壇)을 베풀고, 준발(峻拔)한 석봉(石峰)이나 직립(直立)한 암석을 신체(神體)로 하여 경사(敬事)의 도를 펴니 이것을 신시(神市)라 하고, 이 자리를 소도라 하였다. 소도는 고축(高築)을 의미하여 역()하면 신단(神壇)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참조가 된다.

 

신단 주변에서의 제천의례가 당대의 농경의례적 성격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농경의례라는 차원을 넘어 홍익인간적 교육의 장으로서의 기능도 해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예()와 악()을 융화시켜 펼쳐 나가는 정치, 곧 예악형정(禮樂刑政)의 치도(治道)도 소도천신제에서 발생한 것이다. 소도의 신명축제는 신성한 종교제의의 장()이자 교육의 장이었다. 태백일사(太白逸史)에 보면 소도가 선 곳에는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의 오상(五常)의 도가 있었다하고 소도의 옆에는 반드시 경당(扃堂)을 세워 미혼자제(未婚子弟)에게 사물을 강습하였다.

 

대개 독서(讀書), 습사(習射), 치마(馳馬), 예절, 가악(歌樂), 권박(拳搏)겸 검술(劍術) 등의 육례(六禮)였다고 하였다. 신채호 역시 소도의 경기 내용으로 한맹(寒盟), 수박(手搏), 검술(劍術), 궁시(弓矢), 격구(擊球), 금환(金丸), 주마(走馬), 회렵(會獵)을 들고 있다. 과거 우리 민족의 삶 공간은 들()이 아닌 산()이었다.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所道洞)에 있는 태백산 정상을 살펴보면 태백산에는 소도당골이 있고 솟대(짐대)까지 있다. 산 정상에 올라가 보면 대형 운동장만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 정도 공간이라면 별읍을 건설할 만하다. 또 성역()이 사방 주위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성역(神域)’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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