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놓인 까만 기왓장 지붕이 편안하게 들어온다. 낮은 담장 너머, 한줄기 햇빛이 제자리를 찾았다며 대청마루에 앉는다. 골목길 걸으며 지나치는 집마다 다른 듯 비슷한 포근함이 마당에 가득하다.
한옥이 하나둘 모여 마을을 이룬 곳은 많다. 아쉽게도 도시에서는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도시개발 바람 속에서 버텨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태까지 한옥마을을 유지한 몇 곳이 전통문화의 자랑으로 손꼽히는 명소로 불리기도 한다. 오랜 세월 한옥마을을 지탱한 기반이 무엇일까. 해답을 찾아 국내 최대 규모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시로 향했다.
전주로 넘어가는 관문이 인상적이다. 기차로 전주에 도착하면 역 건물이 한옥형이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전주 톨게이트 위로 단아한 기와지붕이 있다. 예향의 고장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다. 조선시대의 전주는 전라감영이 위치했던 곳이다. 덕분에 정갈한 음식, 수준 높은 예술 활동이 발달할 수 있었다. 전주에서 진행되는 한지, 비빔밥, 영화 등 관련 축제가 다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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